Edward Lord Herbert of Cherbury(1583-1648)
'허버트 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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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쟁에 참여한 군인, 외교관
사람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지만, 저는 본래 영국의 군인이자 외교관이었습니다. 훗날 '종교전쟁'이라 불리는 신구교 간 전쟁에 직접 참여했죠. 그곳에서 저는 같은 기독교인끼리 싸우고, 죽이는 비극적인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의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왜 같은 기독교인끼리 전쟁을 벌이는가?…
💭이런 갈등을 해결할 본질적 방법은 없는 것인가?…
💭어쩌면 모든 시대, 모든 인류에게 하나님이 보편적으로 계시하신 사상이 있지 않을까?…
저를 둘러싼 상황을 고려한다면, 제가 새로운 종교적 관점의 필요성을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가혹한 전쟁을 겪으며 종교 갈등을 해결하고, 이 시대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제 사명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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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론의 아버지(Father of Deism)'
님이 저를 알고 계신다면, 군인이나 외교관보다 다음 호칭이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이신론의 아버지'. '이신론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으로 사람들은 저를 지목하더군요.
군인,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저는 기성 종교에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기독교인끼리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요. 말하자면, 저는 지금이 새로운 '종교 계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성경과 교리를 중요하게 여기던 기존 흐름에 반기를 들고, 우리가 모두 가진 '이성'의 중요성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종교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면, 그 해결책은 오래전 순수했던 종교에 있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고대 종교의 가르침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중 공통적으로 발견되면서도 우리의 이성에 들어맞는 내용들을 정리했죠. 제 생각에는 이것들이 바로 하나님이 모든 시대, 모든 인류에게 부여한 일종의 '공통적 생각들(notitiae communes, common notions)'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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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 생각들
1. That one God exists. (유일한 하나님이 존재한다.) 2. That God ought to be worshipped. (그 신은 마땅히 예배되어야 한다.) 3. That the practice of virtue is the chief part of the worship of God.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덕, 도덕의 실천이다.) 4. That humans have always had an abhorrence of evil and are under an obligation to repent of their sins. (악과 죄를 회개를 통해 용서받아야 한다.) 5. That there will be rewards and punishments after death. (죽음 이후에는 보상이나 징벌이 있다.)
-Lord Herbert, De Veritate, 3rd ed. (1645), trans. M. H. Carre (Bristol, 1937), 117-118.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각들 아니겠습니까? 님,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입니다. 어떠한 종교 계시도 좁게는 이 다섯 가지 생각들, 넓게는 우리의 이성에 어긋나서는 안 됩니다. 만약 어떤 계시가 이성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올바른 계시가 아니라고 과감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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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 = 하나님의 선물?
저는 종교 계몽의 가능성도 오직 인간의 이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리를 아는 데 필요한 것은 교회나 성직자의 권위, 교리나 계시가 아닌 인간의 이성입니다.
님,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구원하고자 합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특정 교리나 제례를 '구원의 필수조건'으로 내세우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그것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이성을 통해 죄를 인식하고, 그 죄를 회개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죄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을 주신 것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이성을 통해 죄를 회개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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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 교리의 중요성은 축소하고 이성의 중요성만 강조한다'
'정통 기독교의 신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런 비판들이 제게 가해지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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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종교는…
제가 제시하는 종교의 모습이 반계시적이라 위험해 보이십니까? 그러나 계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척도는 오직 님의 이성이어야 합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저의 주장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님이 익히 알고 계실 존 로크(John Locke) 또한 저를 비판했었죠. 그런 동시에, 저를 따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생겨났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저를 '이신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듯합니다. 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저의 삶과 생각이 님께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함을 느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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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every religion which proclaims a revelation is good, nor is every doctrine taught under its authority always essential or even valuable. Some doctrines due to revelation may be, some ought to be, abandoned. In this connection, the teaching of Common Notions is important; indeed, without them it is impossible to establish any standard of discrimination in revelation or even in religion.”
계시를 선포하는 모든 종교가 좋은 것은 아니며, 그 권위 아래 가르쳐지는 모든 교리가 항상 필수적이거나 가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계시로 인한 일부 교리는 폐기될 수 있으며, 그중 어떤 것들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공통적 생각들'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들 없이는 계시나 종교에 대한 차별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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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추신
: 이신론자는 세계를 창조한 독립/인격적 존재(신)를 믿지만, 기존 유신론자와 달리 신이 창조 이후에 세계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이신론자는 '새로운 유형의 유신론자'로 평가받는데요. 이신론자는 교의와 제례를 성직자가 날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인간에게 허용되는 유일한 종교적 실천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양심에 따라 사는 윤리적 삶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기성 종교가 성직자 때문에 타락했다고 주장하고, 계시나 제례가 없었던 원초적 종교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된 종교라고 역설하죠.
학자들은 이신론을 “한신, 혹은 지고(至高)의 존재를 믿으나, 계시 종교를 부정하면서, 그의 신앙을 자연과 이성의 빛에 기초”( Webster's Encyclopedic Dictionar)하는 것으로, 이신론자를 “계시를 거부하고 자연 종교만 믿는사람들"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신론의 등장 배경에는 당시 반복되던 종교적 분쟁과 이성을 중시하던 근대 과학/철학의 발전이 있습니다. 이신론자들은 종교의 역기능을 절감하고 계시, 기적, 교권이 철저히 배제된 기독교를 참된 종교의 형태로 주장하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학자들은 이신론을 "기독교 문명에 대한 반성(최성철)"이자 "정통 기독교의 성립 이후 가장 강력한 첫 번째 도전(한인철)"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허버트 경은 영국 최초의 이신론자이자 '이신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공통적인 생각들'을 제시합니다. 계시와 이성의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것이죠. 계시, 권위를 중시하던 당대의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어떤 계시든 그것이 이성에 부합하지 않으면 과감히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신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구원할 것이라는 종교적 확신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허버트 경의 구체적인 생각이 궁금하다면, 그의 저작 『계시, 개연성, 가능성 그리고 실수와는 다른 진리에 관하여(De Veritate, Prout Disinguitur a Revealatione, a Verismili, A Possibli, et a Falso』를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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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출처 :
이태하, 「17~8세기 영국의 이신론과 자연종교」, 『철학연구』 제 63집, 철학연구회, 2003.
나인선, 「근대 영국철학의 이신론과 영적 대각성 운동 - 이신론의 자연종교와 메소디스트(Methodist) 예배특성 비교 연구」, 『신학과 실천』 Vol. 78, 한국실천신학회, 2022.
한인철, 「자연종교의 빛에서 본 기독교: 이신론을 중심으로」, 『대학과 선교』 9권, 한국대학선교학회,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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