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Locke(1632-1704)

존 로크

✝️‘종교’에 대한 관심

저는 1632년 잉글랜드 섬머싯의 한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의회파와 왕정파의 내전에서 의회파의 기병 대장으로 복무하셨죠. 저는 청교도 세력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종교는 평생 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대학생이던 1660년부터 『통치론 소고』 , 『자연법론』 등 종교적 논의를 담은 소논문을 써냈었죠.

당시 저는 '종교적 관용', '자연법', '계시와 이성' 등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용어가 좀 어렵죠? 하하. 중요한 것은 제가 젊을 때부터 종교적 논의를 펼쳤다는 것과,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생각이 차츰 변화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저는 의학, 물리학, 화학 등을 공부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습니다.

😇‘관용’에 대해 : 「관용론」, 「관용에 관한 편지」

1667년에 저는 「관용론」이라는 논문을 썼습니다. 이 논문은 간행되지 않았지만, 네 번이나 고쳐 쓰였을 정도로 저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관용을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그 의의를 인정하고자 하는 태도'로 정의합니다. 정부(통치자)는 사람들의 생각·행위에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관용을 실천해야 하죠. 따라서 저는 정부가 종교적 신앙과 예배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신앙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고, 예배 또한 개인의 양심에 따르는 것이니까요. 비국교도의 자유 또한 당연히 허용되어야 합니다. (단, 예외적으로 퀘이커교나 가톨릭, 무신론자에 대한 관용은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약 20년이 지난 후 「관용에 관한 편지」가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출판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은 제 저작 중 유일하게 라틴어로 쓰인 것으로서 유럽에서 꽤 주목을 받았습니다. 초판이 나온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2판을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내용은 「관용론」과 대체로 유사하지만, 이 글에서 저는 '국가와 교회의 분리'를 강조했습니다. 국가와 교회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합니다. 국가는 세속적 세상이지만, 교회는 그런 세속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교회와 국가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관용을 실천해야 하죠.

「관용에 관한 편지」는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만큼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런 비판에 응답하며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죠. 저의 관용론은 정치의 세속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압니다.

🧠이성과 계시 : 「인간 지성론」

「인간지성론」은 친구들과 종교에 대해 논의할 때 부딪혔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성과 종교적 계시에 대한 여러 관점이 존재했습니다. 첫 편지를 읽으셨다면, 이신론도 그중 하나임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저는 당시 화두였던 이성과 신앙의 영역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 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우선, 저는 이성을 '마음의 자연적 능력인 감각이나 반성에 의해 얻은 관념들로부터 연역에 의해 도달한 명제나 진리들의 확실성이나 개연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신앙은 ‘특별한 의사소통의 방식으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제시한 사람의 신뢰에 근거한 명제에 대한 동의’입니다. 말이 좀 어렵군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계시는 신앙의 원천으로, 신앙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진리를 발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은 우리가 그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러니 신에 대한 지식은 '직관적 지식'에 가깝죠.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존재'들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의 힘으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부모든, 신이든 다른 존재에서 우리 존재의 출발점을 찾아야 하죠. 이 과정에서 이성은 우리가 영원하고 전지전능한 어떤 존재가 있다는 진리를 알게 합니다. 그러므로 신에 대한 관념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직관으로부터 나아가죠.

3️⃣계시의 삼중적 구분

이신론자들은 이런 이성의 역할만을 강조했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종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신론자들은 이성을 통해서만 계시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하지만 정말 계시가 그렇게 단순할까요?

저는 계시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이성에 따르는 종교적 진리(according to reason)'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 사유, 즉 자연적 추론을 통해 발견하는 종교적 진리들입니다. 이성과 아주 조화로운 관계에 있는 계시들이죠. 예를 들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시는 우리의 이성으로 깨닫고 이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두 번째는 '이성 위의 종교적 진리(above reason)'입니다. 이 계시는 우리가 단순히 이성으로 그 가능성을 깨달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부활, 기적 등이 여기에 속하겠죠. 이신론자들은 이런 계시를 부정하지만, 저는 이성을 넘어서는 계시도 수용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단, 이런 계시를 수용하려면 굳건한 신앙이 필요하겠죠.

마지막은 '이성과 충돌하는 종교적 진리(contrary to reason)'입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일반적 생각과 도저히 화해될 수 없는 계시들을 말합니다. 이것들은 미신에 가까운 계시로써, 저 또한 이런 계시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년의 저술 : 「기독교의 적합성」, 「바울 서신 주석」

이후에도 종교에 대한 저의 관심은 계속되었습니다. 1695년에 저는 익명으로 「기독교의 적합성」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성서 본문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제가 성서를 어떻게 읽었는지 매우 솔직하게 써 내려갔죠. 이 때문에 여러 신학자가 이 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케임브리지 신학자 에드워즈(John Edwards)는 제가 '기독교를 대중적 이해에 맞게 변형시켰다'며 결국 이 책은 독자를 무신론으로 이끌 것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가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신학자들이 제 글을 이신론과 연결 지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이신론자처럼 이성의 역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말년에는 「바울 서신 주석(1706)」을 쓰며 바울 서신을 연구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정전으로 인정된 바울 서신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바울의 저작으로 여겨진 히브리서에 대한 주석도 시도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면 저의 독서, 해석법을 잘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처럼 저는 평생 종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그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저는 제 글이 기독교인들의 평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통치론, 사회 계약론, 경험주의… 저에 대한 정치/철학적 해석도 좋지만, 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종교였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According to reason are such propositions whose truth we can discover by examining and tracing those ideas we have from sensation and reflection, and by natural deduction we find to be true or probable. Above reason are such propositions whose truth or probability we cannot by reason derive from those principles. Contrary to reason are such propositions as are inconsistent with or irreconcilable to our clear and distinct ideas.”

'이성에 따르는 종교적 진리'는 감각과 반성에서 얻은 관념을 조사, 추적함으로써 진리를 발견할 수 있고 자연 추론을 통해 참이거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명제입니다. '이성 위의 종교적 진리' 는 우리가 이성을 통해 그 원리로부터 도출할 수 없는 진리나 개연성을 지닌 명제입니다. '이성과 충돌하는 종교적 진리'는 우리의 명확하고 뚜렷한 생각과 일치하지 않거나 화해할 수 없는 명제입니다.

🧙편집자의 추신

: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한 종교 사상이 이신론뿐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7세기 말 등장한 종교 사상가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첫째는 ‘이신론자’로 이들은 모든 계시를 이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했습니다. 허버트 경이 대표적 인물이죠. 다른 하나는 ‘합리적 초자연주의자로, 이들은 이성과 계시의 공존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존 로크 또한 합리적 초자연주의자로 볼 수 있습니다.

왜 로크를 ‘합리적 초자연주의자’라고 부르는가? 그 이유는 그가 이성을 넘는 신비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로크는 이성은 그 자신에게 부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성 자신의 한계도 기적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성을 넘어서는 진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이는 오직 이성에 부합하는 계시만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초자연적 현상, 종교적 신비등을 경시했던 이신론자의 관점과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즉 로크는 이성의 권위와 신앙·성서의 권위 모두를 받아들이고자 했고, 특히 이신론자들이 간과했던 기독교의 초자연적 기원을 보존하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이신론이 등장하며 이성의 역할이 강조되던 시기, "이성과 신앙의 영역을 뚜렷하게 묘사하고, 계시를 입증하는 문제와 씨름(이재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계시를 이성을 기준으로 세 가지로 구분한 뒤, '이성에 따르'거나, '이성 위의(이성을 초월하는)' 계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성과 계시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일부 신학자는 로크의 저술과 이신론을 연관지으며 로크를 '영국 이신론을 발생시킨 주요 인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로크는 이러한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며, 자신은 이신론자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죠.

로크는 철학자·정치사상가로 잘 알려져있지만, 그의 "종교적 관심은 평생토록 그의 지적 추구의 주된 결정 요소였으며, 사실상 그의 모든 저작이 종교에 대한 논의를 담고(이재영)" 있습니다. 로크는 꾸준히 종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썼고, 그 중 일부는 익명으로 출판되거나 아예 출판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일생 동안 종교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18세기 전반에 잉글랜드에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사람이나 옹호하는 사람이나 모두 그들의 무기를 로크한테서 빌려왔다(이재영)"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로크는 매우 광범위한 종교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는데, 분명한 것은 그의 사상이 이신론 등의 범주로 쉽게 분류될 수 없을 만큼 이질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로크에게 영향을 받은 영국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그를 "감히 신앙이란 이성의 일종에 지나지 않고, 종교는 철학의 한 분파일 뿐이며, 도덕, 정치, 또는 역학에서 진리를 확증하는 일련의 논증들은 자연신학이든 계시신학이든 모든 신학의 원리를 발견하는 데도 항상 사용되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최초의 기독교인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