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hew Tindal(1655-1733)

저는 저명한 스승(존 로크)의 후계자이자, 18세기를 대표하는 이신론자로 꼽힙니다. 하지만 스승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펼쳤습니다. 로크는 이성과 계시/종교의 권위를 모두 받아들인 학자였습니다. 이성에 '따르는(일치하는)' 계시뿐만 아니라 이성을 '초월하는' 계시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중 전자를 '자연종교'라고, 후자를 '미신'이라 표현하겠습니다. 저는 로크와 달리 우리가 수용해야 할 것은 오직 자연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어딘가 부족하고, 불완전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신은 불변하는 완벽한 존재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신이 완전하다면, 신이 허락한 종교 역시 더 개선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창조할 때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완전한 종교, 그것이 자연종교입니다. 로크가 이야기한 '이성에 따르는 계시'도 자연종교에 해당합니다. 우리의 감각, 생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종교적 진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존하는 모든 종교는 신이 허락한 자연종교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제 논의의 바탕이 되는 두 가지 원칙이 등장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은 영원히 동일한 분이며, 무한히 지혜롭고 선한 분이라는 것', 둘째는 '인간의 본성은 항상 동일한 것이며 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들에 기초한 제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의 완벽한 종교로서 기독교는 모든 시대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그 자신의 진리를 전달해야 합니다. 

아까부터 제가 자주 사용한 단어가 있지요? '자연종교'. 저는 계시된 종교로서 기독교가 사실 자연종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특정한 공동체를 선택하거나 편애하지 않는 공정한 존재입니다. 그런 신이 몇몇 사람, 혹은 특정 공동체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계시를 내렸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신은 모든 인간에게 자신을 알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놓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은 이성이라는 진리의 도구를 통해 신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남기신 보편적 계시입니다. 

자연종교와 계시된 종교는 전달 방식은 다를 수 있으나 그 본질은 다를 수 없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과, 기독교를 모르고 신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사람을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저는 신이 모든 인류에게 내린 보편적 계시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보편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은 이성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것을 반대로 말하자면, 모든 인류에게 동일하게 계시되어지지 않은, 즉 이성과 충돌하는 교리들은 하나님의 교리가 될 수 없습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성의 시험을 통과하지 않는 교회의 교리와 제도는 모두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인디언들은 죽어가는 이를 위해 기도할 때 소의 꼬리를 손에 쥔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우십니까? 하지만 인디언들은 죽어가는 이에게 기름을 바르며 기도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자연종교와 계시종교가 동일한 내용을 드러낸다면, 그 동일한 내용의 특징은 도덕성일 것입니다. 종교의 목적은 도덕성에 있으며, 진정한 종교는 우리가 선한 일을 하도록 우리 마음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도덕적 삶에 불필요한 종교적 가르침은 배제돼야 합니다. 종교가 지닌 이러한 도덕적 차원이 무시될 때 종교는 온갖 미신과 잔인함, 십자군 전쟁과 학살의 기원으로 작용하고 마는 것이죠.

저에게 종교는 도덕입니다. 저는 신의 존재나 인간의 불멸성을 증명하는 것보다, 이러한 종교적 신념들이 어떻게 우리의 도덕적 양심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저명한 스승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의 주장은 이신론자들에게도, 후대에 도덕을 연구한 칸트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독자님께서는 제 생각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